三淸詩社 12月 詩會
詠雪 石隱 丁奎元
初冬景色下窓開 초겨울 경색이 창 아래 열리니
三白臘前新散來 섣달에 흰 눈이 새롭게 흩어져 오네.
大地非春花萬樹 대지는 봄이 아닌데 나무마다 꽃피우고
長天不夜月千臺 하늘은 밤이 아닌데 집집마다 달이 뜬 듯
乘風玉屑飄纔動 바람 탄 옥가루는 나부껴 움직이고
弄日銀沙落復回 해를 희롱하는 은빛 모래는 거듭 떨어지네.
漸積聲無埋里逕 눈은 소리 없이 쌓여 마을길을 묻으니
詩情詠雪興傾杯 영설 시정에 흥겨워 술잔을 기울이네.
詠雪 翠松 鄭鳳愛
適時積雪謂豊開 이 겨울에 쌓인 눈이 풍년을 예감하지만
道路氷成罕往來 길마다 얼음 얼어 오가는 이 드무네.
凌冷竹枝彰後麓 추위에 늠늠한 대나무는 산기슭에 선면하고
待春梅朶綻前臺 봄을 기다리는 매화는 누대에 피어나네.
俯看大地銀衾覆 대지를 굽어보니 은빛 이불 덮여있고
仰望高峯素月回 산 봉오리 우러러 보니 흰 달이 걸렸네.
古士映君詩冊讀 옛 선비는 그대를 비추어 시책을 읽으며
佳光陶醉亦吟杯 경광에 도취되어 시와 술을 즐겼다네.
詠雪 章石 徐明澤
鷄晨覺夢綺帷開 새벽에 잠깨어 커텐을 열어보니
瑞雪無聲擬絮來 서설이 소리 없이 솜과 같이 내리네.
尋匹尨趨銀繡路 짝 찾는 삽살개는 은으로 수놓은 길에 달리고
失巢鳥會玉斑臺 둥지 잃은 새들은 옥으로 아롱진 집에 모이네.
爐邊覓句新情讀 화로 가에 시 지으니 새로운 정이 도타웁고
燭下歡談舊憶回 촛불 아리 환담하며 옛 추억을 되살리네.
世滅俗塵三白裏 세상의 속진이 사라진 온통 흰 가운데
勸君莫謝送年杯 그대에게 권하노니 송년의 술잔은 사양 마소.
詠雪 韶史 蔡舜鴻
空山裸木白花開 빈산의 나목에 흰 꽃이 피어나니
一陣連天雁影來 하늘을 연이어 기러기 떼 날아오네.
飛屑忽粧銀世界 비설은 홀연히 은세계를 장식하고
寒風猶弄玉樓臺 찬바람은 마치 옥루대를 희롱하네.
發梅躍迹雙尨巷 거리의 삽살개 발자국엔 매화꽃이 피어나고
成竹殘痕衆鳥棲 둥지의 새들이 남긴 자취에 대숲을 이루었네.
主婦深藏窓外雪 주부들 김장철에 창밖엔 눈 내리고
爐邊騷客又傾杯 화롯가의 시인들은 또 술잔을 기우리네.
詠雪 靑潭 閔永順
大雪京都白雪開 대설에 경도에는 눈발이 시작되니
乾坤淸景不塵來 건곤의 맑은 경치 티끌 없이 내리누나.
窓前寒氣六花界 창문 앞 찬 기운에 눈꽃의 세상이요
庭後酷風氷柱臺 뜰 뒤의 매서운 바람에 고드름의 집이로다.
銀世難凝多老轉 은세계가 어려워 노인들 넘어지고
玉程張闊少兒回 눈길이 펼쳐지니 아이들이 돌아오네.
江山一色千里裏 강산은 일색으로 천리가 묻힌 속에
甲午期豊醉擧杯 갑오년 풍년 기약하며 술잔을 든다네.
詠雪 是雨 朴鍾賢
乾坤飛絮擬春開 건곤에 솜 날려 봄인 듯한데
秘景淸新瑞氣來 비경에 청신한 서기가 오누나.
白屋灑銀成富屋 초가집에 은을 뿌려 부자 집 되었고
翠臺散玉化靈臺 청루에 옥을 흩으니 령대로 변하누나.
落花園裡蝶難見 꽃 지는 동산에 나비보기 어렵고
不夜城中蟾再回 불야성 가운데에 달 다시 돌아오네.
自掩柴門無犬吠 사립문 절로 닫고 개 짖는 소리 없는데
酣娛雅韻獨傾杯 맑은 운치 즐기며 홀로 잔 기우리네.
詠雪 愚公 辛知勳
瑞雪窓前別界開 서설이 창 앞에서 별세계를 펼치니
寒天似蝶積飛來 찬 하늘에 나비처럼 날라와 쌓이네.
爐邊墨客成詩軸 화롯가에 시인은 시축을 이루고
月下漁翁會釣臺 달빛 아래 어부는 낚시터에 모여드네.
喜鵲鳴枝歡信在 까치는 가지에서 울어 기쁜 소식이 있고
慈烏聞野憶親回 까마귀소리 들에서 들리니 어버이가 그립네.
光陰擬矢應無避 세월은 화살 같아서 피할 수가 없는데
慰老良朋樂飮杯 늙음을 벗과 위로하며 술 마시며 즐기네.
詠雪 野松 安秉漢
六花月照一衾開 눈에 달 비치니 이불을 편듯하니
白色山川冷氣來 산천은 흰색인데 냉기가 찾아오네.
被服松枝粧玉壑 솔가지가 옷을 입고 골짜기를 장식했고
凌霜竹葉鎭銀臺 대 잎은 서리 이기고 은빛 집을 눌렀다네.
感歎素景詩中入 감탄스런 흰 경치는 시 속에 들어오고
興喜心情夢裏回 흥겨운 기쁜 심정 꿈속으로 돌린다네.
豫見豊徵祥雪覆 예견된 풍년 징조 상설이 덥혔으니
好年祝願擧三盃 풍년을 기원하며 세잔 술 들어보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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