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위중립서(答韋中立書)-유종원(柳宗元)

二十一日(이십일일) : 이십일 일에
宗元白(종원백) : 유종원이 아룁니다.
辱書云(욕서운) : 보내주신 글에서
欲相師(욕상사) : 저를 스승으로 삼겠다고 하셨으나,
僕道不篤(복도불독) : 저는 도를 두텁게 닦지 못하고
業甚淺近(업심천근) : 학업도 매우 천박하여
環顧其中(환고기중) : 어디를 둘러 보아도
未見可師者(미견가사자) : 스승으로 삼을 만한 점이 없습니다.
雖嘗好言論(수상호언론) : 비록 언론을 좋아하고
爲文章(위문장) : 글을 쓴다고 해도
甚不自是也(심불자시야) : 스스로 매우 부족하게 여겨집니다.
不意吾子自京都(불의오자자경도) : 그런데 뜻하지 않게도 선생이 경사로부터
來蠻夷間(래만이간) : 오랑캐 고장인 영주로 오셔서
乃幸見取(내행견취) : 다행히도 스승으로 선택하셨으니,
僕自卜固無取(복자복고무취) : 저는 스스로 스승이 될 만한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假令有取(가령유취) : 설령 스스으로 삼았다고 해도
亦不敢爲人師(역불감위인사) : 다른 사람의 스승은 감히 되지 못합니다.
爲衆人師(위중인사) : 보통 사람들의 스승도
且不敢(차불감) : 감히 못할 것이어늘
況敢爲吾子師乎(황감위오자사호) : 어찌 선생의 스승이 감히 될 수 있겠습니까?

孟子稱人之患(맹자칭인지환) : 맹자는 “사람들의 폐단은
在好爲人師(재호위인사) : 다른 사람의 스승이 되기를 좋아하는 데에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由魏晉氏以下(유위진씨이하) : 위진시대 이후로는
人益不事師(인익불사사) : 사람들이 더욱 스승을 모시지 않게 되어
今之世(금지세) : 요즈음에는
不聞有師(불문유사) : 스승이 있다는 소리는 들어 보지도 못했고,
有輒譁笑之(유첩화소지) : 또 있다고 하여도 모두가 비웃고
以爲狂人(이위광인) : 미친 사람이라고 여기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獨韓愈奮不顧流俗(독한유분불고류속) : 그러나 한유만은 분연히 유속을 돌보지 않고
犯笑侮(범소모) : 비웃음과 모욕을 무릅쓰면서
收召後學(수소후학) : 후진을 불러 모으고
作師說(작사설) : <사설>을 지은 뒤
因抗顔而爲師(인항안이위사) : 엄숙한 얼굴을 하고 스승이 되었던 것입니다.
世果群怪聚罵(세과군괴취매) : 그러자 세상 사람들은 과연 떼를 지어 이상하게 여기며 욕하고
指目牽引(지목견인) : 손가락질 곁눈질하며, 서로 사람들을 끌어다
而增與爲言詞(이증여위언사) : 쓸데없는 말만 부풀려 놓았습니다.
愈以是得狂名(유이시득광명) : 한유는 이 때문에 미쳤다는 소리를 듣게 되었으며
居長安(거장안) : 장안에 있다가
炊不暇熟(취불가숙) : 밥도 익기 전에
又挈挈而東(우설설이동) : 황급히 동쪽으로 떠났는데,
如是者數矣(여시자수의) : 이렇게 하기를 수 차례나 하였습니다.
屈子賦曰(굴자부왈) : 굴원의 부에서 이르기를
邑犬群吠(읍견군폐) : “마을의 개들이 떼를 지어 짓는 것은
吠所怪也(폐소괴야) : 이상하게 보이는 사물에 대해서이다.”라고 했습니다.
僕往聞庸蜀之南(복왕문용촉지남) : 이전에 제가 듣기는 “용과 촉 지방의 남쪽에는
恒雨少日(항우소일) : 항상 비가 오고 햇빛나는 날이 드물어
日出則犬吠(일출칙견폐) : 해가 뜨면 개들이 짓는다.”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予以爲過言(여이위과언) : 저는 과장된 말로 여겼었는데
前六七年(전육칠년) : 육 칠년전
僕來南二年冬(복래남이년동) : 제가 남쪽지방으로 온 지 두 번째 해
幸大雪(행대설) : 겨울에 큰 눈이 내려
踰嶺(유령) : 오령 너머
被南越中數州(피남월중수주) : 남월의 몇 주가지 덮은 일이 있었는데,
數州之犬(수주지견) : 그때 여러 주의 개들은
皆蒼黃吠噬狂走者累日(개창황폐서광주자누일) : 모두 놀라 짓고 물고 하면서 며칠 동안 미쳐 돌아다니다가
至無雪乃已(지무설내이) : 눈이 그친 뒤에야 잠잠해졌습니다.
然後始信前所聞者(연후시신전소문자) : 그제서야 저는 전에 들었던 얘기를 믿게 되었습니다.

今韓愈旣自以爲蜀之日(금한유기자이위촉지일) : 지금 한유는 스스로를 촉 땅의 해로 생각하게 되었지만,
而吾子又欲使吾爲越之雪(이오자우욕사오위월지설) : 선생은 또 나를 남월의 눈으로 만들려고 하니
不以病乎(불이병호) : 이 어찌 해가 안 되겠습니까?
非獨見病(비독견병) : 더욱이 저만 해를 입는 것이 아니라
亦以病吾子(역이병오자) : 선생 또한 입게 됩니다.
然雪與日(연설여일) : 하지만 해와 눈에게
豈有過哉(기유과재) : 어찌 잘못이 있겠습니까?
顧吠者犬耳(고폐자견이) : 본시 짓는 것은 개들일 뿐이나
度今天下(도금천하) : 생각건대 요즈음 세상에
不吠者幾人(불폐자기인) : 짖지 않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습니까?
而誰敢衒怪於群目(이수감현괴어군목) : 어느 누가 감히 군중들 눈을 돌게 하고 이상하게 함으로써
以召鬧取怒乎(이소료취노호) : 소란을 불러들이고 분노를 자초하려 하겠습니까?

僕自謫過以來(복자적과이래) : 저는 폄적된 이후
益少志慮(익소지려) : 뜻이 더욱 적어지고,
居南中九年(거남중구년) : 남쪽에서 거처한 9년 동안
增脚氣病(증각기병) : 각기병이 심해져서
漸不喜鬧(점불희료) : 점점 복잡한 일은 좋아하지 않게 되었으니,
豈可使呶呶者(기가사노노자) : 어찌 떠들썩하게 함으로써
早暮咈吾耳騷吾心(조모불오이소오심) : 밤낮으로 내 귀를 귀찮게 하고 내 마음을 어지럽게 할 수 있겠습니까?
則固僵仆煩憒(칙고강부번궤) : 그렇게 된다면 저는 정말 번잡함에 쓰러져
愈不可過矣(유불가과의) : 더더욱 잘 지내지 못할 것입니다.
平居望外遭齒舌不少(평거망외조치설불소) : 평소에소 뜻하지 않게 구설수에 오르는 일이 적지 않은데,
獨欠爲人師耳(독흠위인사이) : 더욱이 남의 스승이 되는 데에는 결함이 있는 사람입니다.
抑又聞之(억우문지) : 또 듣건데
古者重冠禮(고자중관례) : 옛날에 관례를 중시한 것은
將以責成人之道(장이책성인지도) : 그것으로써 성인의 도를 추궁하려고 했던 것이니,
是聖人所尤用心也(시성인소우용심야) : 이것은 성인들이 특히 마음을 썼던 일이나
數百年來(수백년래) : 수백 년간
人不復行(인불부행) : 사람들은 다시 행하지 않았습니다.
近者孫昌胤者獨發憤行(근자손창윤자독발분행지) : 그러다가 요즈음 손창윤이란 사람이 분연히 관례를 행하려고 했습니다.
旣成禮(기성례) : 그는 예를 치른 뒤
明日造朝(명일조조) : 다음 날 조정에 나가
至外廷(지외정) : 외정에 이르러
薦笏(천홀) : 홀을 손으로 들어 올리고서는
言於卿士曰(언어경사왈) : 경사들에게 이르기를,
某子冠畢(모자관필) : “내 자식이 관례를 행하였소.”라고 말하였으나
應之者咸憮然(응지자함무연) : 응대하던 사람들은 모두 멍청히 있기만 했습니다.
京兆尹鄭叔則(경조윤정숙칙) : 경조윤 정숙칙이
怫然曳笏却立曰(불연예홀각립왈) : 성을 내면서 홀을 당기고 뒤로 물러나 서서 이르기를
何預我邪(하예아사) : “그것이 우리하고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이오?”라고 하자
廷中皆大笑(정중개대소) : 외정의 사람들은 모두 크게 웃기까지 하였습니다.
天下不以非鄭尹而怪孫子何(천하불이비정윤이괴손자하재) : 세상에서는 정숙칙을 비난하지 않고 손창윤을 이상하게 여겼는데 왜 그랬겠습니까?
獨爲所不爲也(독위소불위야) : 그가 홀로 다른 사람들이 하지 않은 일을 했기 때문입니다. 今之命師者大類此(금지명사자대류차) : 지금 다른 사람의 스승이 되려하는 것도 이와 비슷할 것입니다.

吾子行厚而辭深(오자행후이사심) : 선생의 덕행은 두텁고 언사는 깊어
凡所作皆恢然有古人形貌(범소작개회연유고인형모) : 지은 문장이 고인의 모습을 갖춘 듯 넓으니
雖僕敢爲師(수복감위사) : 설사 제가 스승이 된다 하여도
亦何所增加也(역하소증가야) : 보탤 것이 어찌 있겠습니까?
假而以僕(가이이복) : 가령 저로서는
年先吾子(년선오자) : 나이가 선생보다 많고
聞道著書之日(문도저서지일) : 도에 관하여 듣고 문장을 쓰기 시작한 날자가
不後(불후) : 조금 이르다 하여,
誠欲往來言所(성욕왕래언소문) : 정말로 선생이 왕래하며 서로의 지식을 이야기하고 싶다면
則僕固願悉陳中所得者(칙복고원실진중소득자) : 저는 기꺼이 심득한 전부를 펼쳐 보이겠으니
吾子苟自擇之(오자구자택지) : 선생께서 스스로 선택하여
取某事去某事則可矣(취모사거모사칙가의) : 취할 것은 취하고 버릴 것은 버리는 일은 가능하겠습니다.
若定是非(약정시비) : 만약 시비를 정하여
以敎吾子(이교오자) : 선생을 가르치는 일은,
僕才不足而又畏前所陣(복재부족이우외전소진자) : 저의 재주도 부족하고 앞서 말한 것도 두려워
其爲不敢也決矣(기위불감야결의) : 그렇게 하는 것은 결코 감히 하지 못하겠습니다.

吾子前所欲見吾文(오자전소욕견오문) : 전에 선생이 보시고자 했던 내 글은
旣悉以陳之(기실이진지) : 이미 모두 보여드렸지만
非以耀明于子(비이요명우자) : 결코 그대에게 자랑하기 위함이 아니라
聊欲以觀子氣色(료욕이관자기색) : 단지 선생의 기색을 살펴
誠好惡何如也(성호오하여야) : 진실된 호오의 심정이 어더한가를 알려고 한 것이었습니다.
今書來言者皆太過(금서래언자개태과) : 오늘 보내신 글은 모두 너무 과분합니다.
吾子誠非佞譽誣諛之徒(오자성비녕예무유지도) : 선생은 분명 허황하게 칭찬하거나 거짓 아부하는 사람이 아니며
直見愛甚故(직견애심고) : 그저 제 글을 좋아하심이 심하기 때문에
然耳(연이) : 그러하셨을 것입니다.
始吾幼且少(시오유차소) : 과거 내가 젊었을 적에는
爲文章(위문장) : 글을 지음에
以辭爲工(이사위공) : 문사에 기교를 다하였으나,
及長(급장) : 조금 나이 든 이후에야
乃知文者(내지문자) : 문장이란
以明道(이명도) : 성인의 도를 밝히는 것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固不苟爲炳炳烺烺(고불구위병병랑랑) : 진실로 문장은 구차히 겉만 아름답고 화려하게 짓거나
務采色夸聲音(무채색과성음) : 문채에 힘쓰고 성률을 과식함으로서
而以爲能也(이이위능야) : 능사를 삼아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凡吾所陳皆自謂近道(범오소진개자위근도) : 대체로 제가 말한 바는 모두 제 스스로 도에 가깝다고 여기고 있으나,
而不知道之果近乎遠乎(이부지도지과근호원호) : 과연 정말로 도레 가까운지 아니면 멀리 떨어진 것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吾子好道而可(오자호도이가오문) : 선생은 성인의 도를 좋아하여, 제 글을 좋게 보셨으니
或者其於道不遠矣(혹자기어도불원의) : 혹 도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지도 모르겠습니다.

故吾每爲文章(고오매위문장) : 그러므로 저는 매범 문장을 지을 적마다
未嘗敢以輕心掉之(미상감이경심도지) : 감히 가벼운 마음으로 짓지 않았으니
懼其剽而不留也(구기표이불유야) : 글이 경박하여 남게 되지 않는 것을 두려워한 때문이며,
未嘗敢以怠心易之(미상감이태심이지) : 감히 태만한 마음으로 쉽게 여기지 않았으니
懼其弛而不嚴也(구기이이불엄야) : 글이 허술하여 엄숙하지 않음을 두려워한 때문이며,
未嘗敢以昏氣出之(미상감이혼기출지) : 감히 혼미한 정신으로 글을 짓지 않았으니
懼其昧沒而雜也(구기매몰이잡야) : 글이 애매모호하여 번잡해지는 것을 두려워한 때문이며
未嘗敢以矜氣作之(미상감이긍기작지) : 감히 오만한 자세로 짓지 않았으니
懼其偃蹇而驕也(구기언건이교야) : 글이 제멋데로여혀 교만해지는 것을 려워한 때문입니다.
抑之欲其奧(억지욕기오) : 또 억누르는 것은 글을 보다 심오하게 하려 함이고,
揚之欲其明(양지욕기명) : 발양하는 것은 글을 명백하게 하려 함이며,
疏之欲其通(소지욕기통) : 소통하게 하는 것은 글을 통창하게 하려 함이며,
廉之欲其節(렴지욕기절) : 살펴서 짓는 것은 글을 절제있게 하려 함이며,
激而發之欲其淸(격이발지욕기청) : 자극하여 분발시키는 것은 글을 맑게 하려 함이며,
固而存之欲其重(고이존지욕기중) : 단단함을 보존하는 것은 글을 중후하게 만들려고 하는 것입니다.
此吾所以羽翼夫道也(차오소이우익부도야) : 이는 제가 성인의 도를 보좌하는 방법입니다.

本之書(본지서) : 그리고 <서경>에 근본을 두어
以求其質(이구기질) : 질박함을 구하며
本之詩(본지시) : <시경>에 근본을 두어
以求其恒(이구기항) : 장구함을 구하며
本之禮(본지예) : <예기>에 근본을 두어
以求其宜(이구기의) : 적절함을 구하며
本之春秋(본지춘추) : <춘구>에 근본을 두어
以求其斷(이구기단) : 결단력을 구하며
本之易(본지역) : <역경>에 근본을 두어
以求其動(이구기동) : 움직임의 이치를 구하니
此吾所以取道之原也(차오소이취도지원야) : 이는 제가 도의 근원을 찾는 방법입니다.
參之穀梁氏(참지곡량씨) : 또 <곡량전>을 참고하여
以厲其氣(이려기기) : 그의 기세를 단련시키며,
參之孟荀(참지맹순) : <맹자>와 <순자>를 참고하여
以暢其支(이창기지) : 글의 출로를 트이게 하며,
參之莊老(참지장로) : <장자>와 <노자>를 참고하여
以肆其端(이사기단) : 글의 단서를 개척하며,
參之國語(참지국어) : <국어>를 참고하여
以博其趣(이박기취) : 글의 정취를 넓히며,
參之離騷(참지리소) : <이소>를 참고하여
以致其幽(이치기유) : 글의 유심함을 다하고,
參之太史公(참지태사공) : <사기>를 참고하여
以著其潔(이저기결) : 글의 간결함을 밝힙니다.
此吾所以旁推交通而以爲文也(차오소이방추교통이이위문야) : 이는 제가 여러 가지를 널리 참작하고 두루 통찰함으로써 글을 짓게 되는 방법입니다.

凡若此者(범약차자) : 이와 같은 방법들이
果是邪(과시사) : 과연 옳은 것입니까?
非邪(비사) : 틀린 것입니까?
有取乎(유취호) : 취할 것이 있습니까?
抑其無取乎(억기무취호) : 취할 것이 없습니까?
吾子幸觀焉擇焉(오자행관언택언) : 선생께서 보신 뒤 선택하여
有餘(유여) : 틈이 있으면
以告焉(이고언) : 제게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苟亟來以廣是道(구극래이광시도) : 만약 선생께서 자주 와서 성인의 도를 넓히고자 한다면
子不有得焉(자불유득언) : 선생은 소득이 없다 하더라도
則我得矣(칙아득의) : 나는 얻는 바가 있을 것이니
又何以師云爾哉(우하이사운이재) : 어찌 스승 운운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取其實而去其名(취기실이거기명) : 알맹이는 취하고 껍데기는 버리되
無招越蜀吠怪而爲外廷所笑(무초월촉폐괴이위외정소소) : 남월과 촉땅의 개들의 괴상한 짖음이나 외정의 비웃음을 초래하지 않는다면
則幸矣(칙행의) : 다행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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