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예치료의 현황과 전망

내용요약 :
요즘 서예인들을 만나면 대부분 어려움을 호소한다. 서예인구는 날로 감소되고 있고, 서예학원은 하루가 다르게 기울고 있으며, 대학 서예과 또한 존폐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러한 위기상황에서 서예는 존립할 수 있을까? 있다. “위기危機는 기회機會”라는 말이 있듯이 어려움에 처한 서예인들은 위기를 기회로 삼을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역사를 통하여 “전쟁 때 명장名將이 나오고 난세에 영웅英雄이 나온다”는 진리를 배운다. 그런데 서예의 불경기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서예라는 울타리를 넘어서서 서예를 감싸고 있는 문화라는 큰 틀에서 서예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 문화를 영어로 컬쳐(culture)라고 한다. 이 컬쳐라는 말의 의미 속에는 어려움을 돌파해나갈 수 있는 에너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컬쳐는 경작耕作을 의미한다. 따라서, 컬쳐의 생리에 따른다면, 어떤 문화든지 강문화强文化가 되느냐 약문화弱文化가 되느냐 하는 것은 그 문화에 소속되어 있는 경작자가 얼마나 부지런히 경작을 했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지금부터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서예를 강문화로 만들기 위한 하나의 소견이다. 논자는 서예를 강문화로 만들기 위한 대안을 서예치료에서 발견한다.
최근들어 치료학에 대하여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미술치료, 음악치료를 비롯하여 예술․드라마․놀이․명상․도자기․바둑․원예․웃음치료 등 다양한 문화들이 온통 치료학으로 모여들고 있다. 이렇게 치료학이 우후죽순雨後竹筍과도 같이 늘어나는 것은 그만큼 현대 사회의 공기가 혼탁하다는 것을 반영한 것이라 하겠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 속에서 최근들어 서예치료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
서예의 치료적 효과에 대해서는 구태여 설명을 덧붙이지 않더라도 수긍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바로 이점은 다른 치료학 분야와 차별되는 점이다. 모필서사의 전통이 있는 동아시아에서는 아주 오래전부터 서예의 행위가 심신건강적인 측면에서 탁월한 효능이 있다는 것을 믿었다. 이러한 믿음에 바탕하여 임상실험을 시작한 홍콩대학 심리학과 고상인高尙仁 교수는 첨단장비를 동원하여 서예행위가 심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하여 과학적인 데이터를 산출한 바 있다. 30년 전 고상인 교수의 연구로 시작된 서예치료학은 최근들어 가속도가 붙고 있다. 중국․대만․홍콩학자들의 임상보고서에 의하면 서예행위는 고혈압환자, 당뇨병환자, 치매환자, 정신분열증환자, 신경증환자, 우울증환자, 자폐아동, 과잉행동아동 등에 특별한 효능이 있음이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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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들어가는 말
주지하듯이 각종 치료학에 대한 관심과 열기가 국내외적으로 고조되고 있다. 예술치료․미술치료․음악치료․드라마치료․독서치료․향기치료․원예치료․도예치료․놀이치료․웃음치료․목욕치료 등등 종전에 치료학과 전혀 무관하다고 여겨졌던 분야들이 모두 치료에 동원되고 있는 추세이다. 이렇게 많은 분야들이 치료를 향하여 가는 것은 현대사회의 혼탁한 기운을 반영한 것으로서, 서예치료 또한 이와같은 시대적인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서예를 하는 사람들은 예나 지금이나 서예가 몸과 마음을 다스릴 수 있다는 것에 대한 굳건한 믿음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모필서사의 전통을 물려받은 동아시아인들만이 느낄 수 있는 문화의 특수성으로서, 이같은 동아시아인들의 집단무의식은 앞으로 서예치료를 발전시키는 데 있어서도 매우 중요하게 작용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서예가 치료학이 되기 위해서는 보다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학문체계가 있어야 한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듯이 오늘날의 서예치료는 체계화된 이론이 필요하다. 이 문제를 해결할 목적으로 시작된 본 논문은 서예가 심신의 어떤 부분에 영향을 미치고, 또 그에 대한 이론적 근거는 무엇인가에 대한 검토를 하면서 서예치료의 가능성에 대한 기초작업을 하려고 한다.
논자가 서예치료에 대하여 관심을 갖게된 것은 80년대 중반의 일이다. 대만유학시절 우연히 서점에서 홍콩대학 高尙仁 교수가 쓴『書法心理學』이라는 책을 구입하게 되었는데, 거기에는 서예행위가 구체적으로 심신건강과 어떻게 관련되고 있는가 하는 문제를 의료장비를 이용하여 과학적으로 증명하고 있었다. 당시 고상인 교수는 대만정부의 요청으로 정치대학 교환교수로 계셨는데, 서예심리치료에 관한 많은 연구를 하여 대만사회에 널리 알려져 있었다. 본인의 이 분야에 대한 관심은 서신으로 이어졌고, 교수를 친견하여 서예심리치료에 대하여 직접 들을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돌이켜보건데, 고상인 교수와의 만남은 서예치료학에 첫 눈을 뜨게 한 뜻깊은 만남이었다.
그후, 귀국하여 원광대학교 서예과에 재직하면서 가끔씩 서예치료를 생각해오다가 그에 대해 결정적으로 관심을 갖을 수 있는 기회가 왔다. 원광대 도예과 정동훈 교수의 발의로 2000년도에 원광대학교 대학원에 예술치료학과가 설립되고 예술치료학회 활동이 시작된 것이다. 이와같은 외부의 움직임은 본인으로 하여금 서예치료에 대한 전문적인 연구의 필요성을 자극하여 2001년 7월 28일에는 뜻을 같이하는 서예인들과 “韓國書藝治療學會”를 발족하게 했다. 그리고, 2002년 봄 학기에는 원광대학교대학원 예술치료학과에 “서예치료”과목이 개설되어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서예치료 과목을 강의하게 되었다. 최근에는 대전 한마음정신병원에서 알콜 환자를 대상으로 서예치료임상연구를 하고 있다.
본 논문은 서예치료학을 세우기 위하여 시도되는 시론적인 글이므로 주위 사람들의 조언과 협조가 필요하다. 따라서, 여기에서 논의되는 내용은 인접학문을 하는 학자들의 견해를 되도록 많이 참고하려고 한다. 요컨대, 단순한 서예교육이 아닌 서예치료학으로서의 의미를 확보하기 위하여 서예치료의 인접학문이라 할 수 있는 한의학․신경정신과․근육학․무술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들의 견해를 접목하려고 한다.

Ⅰ. 들어가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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